|과메기|
얼렸다. 녹였다 반복해서 말린 영양식
한꺼번에 많이 잡은 청어나 꽁치를 오래 두고 먹어야 하는데, 냉장 보관을 할 수 없었던 예전에는 자연 상태로 어떻게 보관했을까요? 동해안 지역에서는 염장이 아닌 특유의 동결 건조와 훈제 방식으로 기름진 생선들을 보관해서 겨울에 먹어왔는데, 대표적인 것이 바로 과메기입니다.
과메기의 어원은 관목(目)이란 말에서 유래되었고, 관목은 국어사전에 말린 청어, 즉 건청어(魚)라고 나옵니다. 원래 청어의 눈을 사리나무 꼬챙이로 꿰어 말린 데서 비롯되어 관목어(貫目魚)로 불렸는데, 그것이 과메기가 되었다가 과메기로 변천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동해안 지역의 어떤 선비가 서울로 과거를 보러 가던 길에 배가 고파 바닷가의 나뭇가지에
걸린 덜 말린 청어를 먹었는데 그 맛이 일품이었답니다. 그래서 매년 겨울철마다 청어를 덜 말려 먹었다는 얘기가 《소천소지(笑天笑地)》라는 재담집에 기록돼 있다고 합니다.
과메기는 조선시대부터 먹어왔을까?
조선시대에도 과메기를 만들어 먹었습니다.조선왕조실록에도 생청어와 건청어가 여러 번 나오는데, 생청어는 주로 진상용으로 바쳐져 왕실에서 많이 먹었고, 건청어는 왕가에서부터 서민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즐겨 먹던 음식이었습니다. 1809년에 빙허각 이씨가 지은 생활백과사전인 <규합총서>에는 청어 말린 것을 관목이라 하지만 청어 중에서도 특별히 맛이 좋은 것을 관목이라 불러야 한다고 했습니다. 당시에도 청어는 영일만 부근에서 많이 잡혔기에 그 인근 지역에서 많이 먹었는데, 겨울철에 단백질·지방 보충에 좋은 영양식이었기에 손님 대접용으로도 쓰였습니다.
과메기를 손님 대접용으로 썼던 집안은?
드라마로도 소개된 적이 있는 경주 최 부잣집에는 전국 각지의 손님들이 찾아와 늘 사랑채가 붐볐습니다. 과객을 후하게 대접하는 최 부잣집의 독특한 철학 때문이었는데, 숙박 시설이 많지 않던 시절이라 길손들에게 최고의 숙박처였던 것이지요. 많게는 하루 100여 명이 넘을 정도였다고 하는데, 손님을 차별 없이 접대해 인심을 얻고 동시에 폭넓은 지식과 문화 교류를 통해 다른 지방의 정보를 얻었던 겁니다.
최 부잣집의 1년 소작 수입은 쌀 3,000석 정도였는데, 이 가운데 1,000석을 손님 접대에 썼다고 합니다. 손님을 대접하는 기본 반찬이 미역과 과메기였고, 손님이 떠날 때면 과메기 한손(두 마리)과 하루치 양식을 쥐여 보냈다고 합니다.
과메기를 청어로 만들다가 꽁치로도 만들게 된 이유는?
1910년대 말에 동해의 영일만에서 청어가 많이 잡혔기에 과메기는 포항역을 통해 전국으로 배송되었습니다. 1939년 <동아일보>에 “청어 다산지인 경상북도에서는 말린 청어를 '과미기'라고 칭하여 지방 특산으로 진중시(珍重視)하는 수산물이다”라고 실렸습니다.
그런데 1960년대 초반 이후 해류의 변화로 인해 영일만에서 청어가 사라졌습니다. 대신 1970년대 이후 꽁치가 많이 잡히면서 청어 대신 꽁치로 과메기를 만들기 시작해서 말린 청어와 꽁치 모두 과메기가 되었던 것이지요. 1980년대 이후 원양어업이 활성화되면서 냉동 꽁치가 많이 들어와 그것으로 만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2000년대 들어 다시 포항 앞바다에 청어가 대량으로 몰려오기 시작했는데, 지난 10년 동안 청어 어획량은 무려 2,516.6% 폭증했습니다. 경북지역 청어 생산량은 2002년에 637t이던 것이 2012년에 1만 6,668t으로 25배 이상 들었습니다. 전국 청어 10마리 중 6마리가 동해안산이었지요.
그러면 다시 청어 과메기로 돌아갔을까?
최근 10년 동안 동해에서 꽁치·멸치·고등어가 크게 줄어든 반면, 청어·복어·홍게문어 등은 급증했습니다. 그래서 다시 청어로도 과메기를 만들고 있는데, 2013년에는 꽁치가 풍년이고 가격도 많이 내려 10년 만에 다시 국산 꽁치로 과메기를 만들 수 있게 됐다고 합니다. 국산 꽁치는 따뜻한 동해 연안에서 자라기 때문에 기름기가 적고 담백하며 육질이 쫄깃하고 비린내가 덜한 반면, 수입 꽁치는 추운 태평양 바다에서 자라 기름기가 많아 구수한 대신 비리고 육질이 차지다고 합니다.
과메기를 만드는 방법
과메기는 한겨울이 제철이지요.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기 시작하는 11월 중순부터 날씨가 풀리는 설날 전후까지 얼렸다 녹였다 하면서 말립니다. 바닷가에 널어놓고 7~10일쯤 말리면 밤에는 얼고 낮에는 녹으면서 기름이 빠지고 꾸들꾸들하게 변해서 겉은 딱딱한 건어물 같지만 속은 말랑말랑해집니다. 과메기는 생선을 통째로 매달아 말리는 통과메기와 배를 갈라 먹기 좋게 말리는 배지기가 있습니다. 반드시 그늘에서 말려야 하는데, 꽁치에 기름기가 많아 햇볕을 쬐면 산패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합니다.
생선을 말려서 먹으면 더 좋은 점은?
살구나 자두를 말려 먹으면 영양 성분이 더 많아지는 것처럼, 과메기도 말리는 과정에서 각종 성분이 더욱 많아집니다. 청어나 꽁치를 바닷바람에 쐬면서 얼렸다가 말렸다 반복하는 과정에서 EPA·DHA가 포함된 오메가3를 비롯하여 핵산 비타민 E 함량이 훨씬 증가됩니다. 그래서 중풍심장병·뇌 기능 저하 등을 예방하고 피부 노화·체력 저하 등에 효과가 좋습니다. 그러니 노인이나 허약자·어린이에게 좋은 음식인 것이지요.
과메기는 2000년대 중반부터 대중화되었는데, 2004년에 1,925t이던 생산량은 수년 전부터는 6,000t 정도로 급증했습니다. 과메기 매출도 2006년 400억 원에서 최근에는 700억 원대에 이른다고 합니다. 그리고 중국·일본·필리핀·호주·미국·캐나다 등 9개국으로 수출되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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